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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앓는 소리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아파도 표현하지 않고 곧잘 참는다. 그러다보니 이젠 아픈 걸 자각도 잘 못하는 것 같다. 향수병? 나와 관계 없는 것이라 여겼다. 한국에 가서 뭐해. 내 집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구름이도 없잖아. 분명 금방 미국으로 돌아오고 싶을 걸. 아니었다. 2년만에 한국에 간다고 생각하니 왜 이렇게 설레고 좋은지. 엄마랑 고추기름 가득 묻은 오돌뼈 먹을 생각, 한국 문구 구경할 생각, 설레발만 몇 주 째 치고 있다.

다음 주면 한국 땅을 밟을 것이다. 사람들이 내 모국어를 쓰는 곳.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름답게 가꾸는 곳. 더운 곳. 밤 늦게까지 활발한 곳. 친구가, 가족이 있는 곳.

요즘 진짜 힘들긴 한 것 같다. 유학 나왔다는 설렘과 감사함도 흐려진지 오래이고, 매일 쫓기듯이 일하고 있다. 서바이벌 모드로, 숨쉴 틈이 없다. 쉴 때도 애매하게 일 생각을 계속한다. 일이나 슬랙에서 완전히 벗어난 날이 1년 쯤 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 갈 때는 키보드와 트랙패드를 놓고 가려고 한다. 동네 카페에 가듯 노트북만 챙겨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것이다.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흘러가듯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할 것이다. 평소 출근하던 배낭에 뭘 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너무 무겁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