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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을 몇 개 써본 후기

요 며칠 글 몇 개를 썼다. 몇 개 안 쓰긴 했지만, 느낀 점이 있어서 정리해본다.

1.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생각하는 과정이다.



글쓰기는 이미 존재하던 생각을 글로 담아두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글을 써보면서 느낀 것은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이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었다.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 아니라 역동적으로 생각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는 생각하면서 사는데 도움을 준다. 대화를 할 때 글로 써본 주제가 나오면 한 번 해봤던 생각을 말하는 거라 쉽게 말할 수 있다. 판단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저번에 글 쓸 때 나는 여기에 가치를 두었지?’ 하며 판단할 수 있다. 글 몇 개를 쓴 게 바로 효과가 나와서 얼마나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지 되돌아보았다. 글을 쓰는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2. 폰으로 쓸 때랑 컴퓨터로 쓸 때 필력이 다르다.



부스터 샷이라는 같은 주제로, 컴퓨터로 먼저 한 번 써보고 폰으로도 써보았다. 먼저 썼음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로 쓴 문장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첫째로 컴퓨터로 쓰면 글을 길게 쓰기 쉬워진다. 화면이 커서 긴 문장, 긴 문단을 써도 된다고, 혹은 써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컴퓨터에 딸린 키보드가 터치 키보드에 비해 타자도 빠르고 편해서 길게 쓸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필요한 설명을 곧잘 생략해버리곤 한다. 글이 지겹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간결하게 쓰고 싶어 필요한 설명을 생략해버리면, 이해도 잘 안되고 불친절해진다. 컴퓨터로 쓰면 긴 문장도 거부감 없이 쓸 수 있게 되어서 이런 약점이 조금이나마 해결된다.

둘째로 컴퓨터로 쓰면 글을 쉽게 수정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글을 써내려가다 보면 몸집이 비대한 문단이 생기는가 하면 갈피를 못 잡고 이상한 곳으로 빠지기도 한다. 컴퓨터로 글을 쓰면 큰 화면에 글 전체가 보이기 때문에 어떤 문단이 몸집이 큰지 어떤 문단에서 삼천포로 빠졌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문제가 보이면 바로 커서를 원하는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점도 좋다.


매체마다 필력이 달라진다는 점은 충격이었다. 중요한 건 내용이지, 노트나 형태가 아니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좋은 노트를 산다고 글이 술술 써질 리가 없다고, 있는 걸로 잘하자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다른 매체로 쓰면 다른 색을 가진 글이 나온다는 걸 깨달은 지금, 좀더 다양한 매체를 시도해보려고 한다. 일단 노트랑 블루투스 키보드 같은 걸 써보고 싶다.


3. 글 중간중간에 사진을 넣지 않아도 된다.



글이 읽고 싶어지려면 문단과 관련된 사진이 글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재밌게도 글에서 사진을 뺐을 때 오히려 글이 더 잘 읽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블로그를 둘러보면서 사진이 필요한가 생각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진은 그리 필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사진과 글자의 크기가 균형이 맞아야 사진과 글 모두에 집중할 수 있는데, 모바일 시대이다 보니 폰에서 잘 읽히도록 크기를 맞췄을 뿐 컴퓨터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래서 컴퓨터에서 읽을 때 사진에 비해 글씨가 너무 작아 읽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진이 글을 읽을 때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블로그에서 글을 쓸 때 사진을 넣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지 않기로 했다. 절대 깃헙 블로그에서 사진 넣기가 귀찮아서가 아니다.

결론



앞으로도 이것저것 시도하면서 글을 계속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