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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을 지웠다

요즘 아침에 일어나면 유튜브, 인스타그램부터 확인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씩 피드를 스크롤했다. 아무 생각 없이 스윽 스윽 넘겼다. 연예인 가십거리, 요즘 유행하는 이슈, 모르는 사람의 플렉스를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중요하고 좋은 생각을 담기도 모자란 머리가 쓸데없는 잡것들로 채워지다 못해 넘쳤다. 남에게 관심 많고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고 영향 많이 받는 나로서는 인스타그램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사실 타인을 향한 관심은 따뜻한 에너지인데, 그 에너지를 모르는 인플루언서 말고 소중한 주변 사람을 향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말 많은 소녀 채널에서 아침에는 인스타그램을 하지 말자고 해서 안하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하루의 시작 만큼은 내 것으로 시작하자고, 인스타로 무의식을 잠식당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인간이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더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인스타 하지 말아야지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더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30분 쯤 참았을까. 결국 엄지손가락은 인스타그램 아이콘을 향했고, 막을 방도가 없었다. 🐘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지우기로 했다. 앱을 지워도 다시 깔게 될 것을 안다. 고등학교 때 폰 게임을 하루에 6시간 씩 해서 지웠지만 오래 안 가 다시 깔았다. 심지어는 폰을 없애기도 했는데, 앱 개발 동아리에서 앱 개발할 때 테스트용으로 쓰라고 준 갤럭시 플레이어 (당시 안드로이드 mp3 플레이어가 유행이었다)를 갖고 놀게 되었다. 내 의지가 그렇게 얄팍하다. 욕구를 못 참고, 중독되라고 만든 모든 것에 중독되곤 한다.

그래도 또 지운다. 내일 다시 깔 수도 있지만 오늘은 인스타 없이 살아볼래, 의지를 불태운다. 의미 있는 하루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