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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 시절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능력 있고 워라밸 잘 맞춘다고 믿던 학부생 인턴이었다. 여섯 시에 퇴근하며 “선배, 저는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내일 할 것도 남겨둬야 하지 않겠어요?” 하는 거만한 너스레를 떨었다.

철 없던 시절에 대한 벌이라도 받듯 나는 빡센 연구실의 유일한 대학원생이 되었다. 대학원생이 되어 되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건방졌는지 알 것 같다. 학부생 인턴은 하는 게 없다. 과제를 써서 돈을 따올 필요도, 최신 연구 동향을 살피기 위해 논문을 읽을 필요도 없다. 취미로 연구를 깔짝거리기만 하면 된다.

대학원생 선배가 왜 커피를 매 시간 수혈하는지, 퇴근 후에도 깃헙 커밋을 하는지,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으로 귀를 막고 궁리하는지 전혀 몰랐다. 그 시절 나를 너그럽게 돌봐주었던 선배들이 새삼스럽게 고맙고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