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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내 대학원 생활을 책으로 낸다면 제목은 ‘도망가고 싶어’ 일 것이다. 연구할 때는 왜 이렇게 실수할 구석이 많은지, 또 나는 왜 그 구석구석마다 걸려 넘어지는지, 그러면서 실수를 털어놓을 용기는 없어서 매번 도망가고만 싶은지.

실수를 털어놓느니 차라리 죽고 싶을 때가 있지. 그러나 연구란 건 세상 사람들 99.99%는 관심 없는 주제를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라 여기면서 나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믿는 일이다. 다른 분야에서 나온 논문을 보면 체감이 된다. 저게 그렇게 중요한가? 한 대학원생의 인생을 바칠 만큼?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이내 깨닫는다. 내 분야도 그렇겠구나. 내 감정과 인생을 갈아넣을 필요는 없겠다. 내가 실수를 한대도 이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는구나.

Making mistakes does not change anything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연구보다 중요한 건 내 인생이고, 나아가 함께 일하는 사람의 인생이다. 나의 감정과 동료의 감정을 챙기면서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