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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지지 않은 마음

그동안 유학 생활을 하면서 부채감을 많이 느꼈다. 할아버지 장례식에 못 갔다는 죄책감, 친구들을 못 만났던 아쉬움,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건강할 때 함께 시간을 못 보낸다는 미안함.

이번에 한국에 2년만에 다녀오면서 부채감을 덜고 왔다. 할아버지 납골당에 방문하고, 친구와 가족을 만나면서 빚진 마음을 해소한 것도 있지만, 생각만큼 빚지지 않았단 걸 깨달은 게 컸다. 친구들은 어차피 바빠서 날 자주 만나줄 수 없다. 엄마 아빠는 나 없이 재밌게 인생을 즐기고 있다. 어쩌면 한국에서 직장을 다녔어도 친구나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부채감은 지나친 자의식과 오만으로 생긴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내 인생을 살아야겠다. 더 이상 빚지지 않은, 가볍고 깨끗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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