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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무서워

어제는 미팅을 하고 지쳐서 손 하나 까딱 할 수 없었다. 글을 쓰고 나를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지쳐서 그럴 수 없었다. 메모장을 여는 것 자체가 힘겨워서 그냥 유튜브를 켜고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영상에 시선을 두었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손가락으로 쓱쓱 넘기며 즉각적인 쾌락을 즐겼다. 역시 생산보다는 소비가 백만 배 쉽다.

글도 체력이 남아 있어야 쓸 수 있다. 특히 나는 초심자라 글쓰기를 막연하게 두려워 해서 더더욱 체력을 요한다. 어떤 두텁고 높은 장벽을 넘어야 글을 쓰기 시작할 수 있다. 재밌고 맛깔난 글을 쓰고 싶은데 실력이 없기 때문에 지레 겁 먹고 포기하게 된다.

두려울 땐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그냥 하는 게 답일 것이다. 연습할 때 무슨 생각을 하냐는 질문에 김연아 선수는 무슨 생각을 해요, 그냥 하는 거죠, 하고 답했다고 한다. 일을 시작할 때 느껴지는 두려움의 장벽이 그녀에겐 없었던 것이다.

과제할 때 맥주를 까면 뭐라도 끄적일 수 있게 되는 것도 두려움의 장벽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결과물은 생각하지 않은 채,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이다. 그 시작이 필요하다.

되돌아보면 어렸을 땐 뭐든 쉬웠다. 그림을 그려도, 글을 써도 그 결과물이 낮은 허들만 넘으면 칭찬을 받았다. 그래서 뭐든지 새로 시도할 수 있었다. 태권도 해봤다가 수영도 해보고, 그런 식이었다. 성인이 되면서 세상은 높은 기준을 들이밀었다. 그 정도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단다. 그 기준이 취미에까지 스며들었다. 사소한 산물을 자랑하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익명의 힘을 빌려 이 블로그에서 글쓰기를 연습해보기로 했다. 평가 당해도 상처 받지 않을 자리에서 소심하게 끄적여보기로 했다. 부족한 글을 봐주시는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