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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먹고 싶다

코로나가 오기 전에 한창 한 달 살기가 유행이었다. 제주도나 다낭 같은 따뜻한 휴양지에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체험이었다. 한 달 살기가 한 달인 이유는 새로운 걸 봐서 설렜던 마음이 한 달이면 식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지고 진부해지는데 한 달이면 충분하다.

미국에 오고 한 달 정도 지나니 설렘은 끝이 났다. 여긴 결국 여행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다. 그러니 내일이 없다는 듯 즐거운 일만 잔뜩 벌이며 돈을 펑펑 쓸 수는 없다. 어디 가고 싶을 때마다 가고, 먹고 싶을 때마다 먹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생활이 불편하거나 한국이 지독하게 그리운 것은 아니다. 미국 생활의 장점이 있고 한국 생활의 장점이 있다.

안목을 쌓고 선택지가 많아지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되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쉽게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 불행해지는 것 같다. 선택하지 않은 선택지를 자꾸 들춰보게 된다. 한국에 가면 미국 날씨가 그립고 미국에 가면 국밥이 그립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는 이방인 신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