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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처럼 일하면 좋은가

‘개미는 자기 집이 무너지면 화를 내거나 실망하지 않고 집 지을 재료를 모으러 바로 출발한다고 한다. 인간의 감정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될 때가 훨씬 많다.’

오늘 인스타에서 본 글이다. 감정이 도움이 안된다니, 당신은 F를 도발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정말 감정은 하등 도움이 안되는가? 만약 인간의 감정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면 왜 인간은 왜 화를 내거나 실망을 하도록 진화를 했나?

개미한테 돌아가보자. 개미가 화를 내거나 실망하지 않는다면, 과연 성취감은 느낄까?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해보자면 개미는 사람 같은 고차원적인 성취감은 못 느낄지도 모른다. 당장 집단의 이득을 위해 본능적으로 먹을 걸 찾고 집을 짓는 것일 테다.

인간이 실망을 하는 건,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었기 때문이다. 희망을 품는 게 나쁜가? 글쎄. 인간이 이뤄낸 대부분의 성취는 희망에서 왔다. 인간이 해야할 일이 집 짓기 뿐이라면 기대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미래를 상상하며 더 높은 곳으로, 더 먼 곳으로 나아갔다.

물론 미래에 대한 넓은 가능성이 버거울 때가 있다. 우리는 당장 집이 무너질 때 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능성이 무너질 때에도 실망한다. 내가 마땅히 이룰 수 있는 성취를 이루지 못하면 어쩌지? 아니면 타인의 삶을 보고, 저 멋진 삶이 내 가능성 중에 있지 않았을까? 가진 적도 없었는데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미래를 상상하는 건 아득하고 두렵다. 하지만 개미처럼 지금만 생각하며 살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매일 라면 먹으면서 게임만 할 것이다. 그것도 바람직한 삶이 아니다. 그러니까 절충안으로, 먼 미래 대신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미래를 그리자. 주말에 어떻게 쉴지, 새 택배를 뜯을 때 얼마나 기쁠지, 이번 시즌 롤체 다이아에 갈 수 있을지 생각하자.